때때로 그런 순간들이 있습니다. 살면서 시시비비에 휘말리는 순간들에 우리는 대부분 두번 세번 참으려 노력하지만 상대방 쪽에서 너무 공격적으로 나오는 나머지, 같이 대응하지 않으면 안되는 그런 순간들. 비록 그런 순간이 아예 다가오지 않았으면 하지만, 인생은 꼭 우리 예측대로 흘러가지는 않으니까요.
어떤 이유에서 상대방과 시비가 붙었고 도저히 감당이 안되는 수준으로 상대방이 나올 경우 어떻게 해야할까요? 물리력을 행사하고 싶지 않으나 상대방이 먼저 주먹으로 날 때린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혹은 소중한 내 가족들에게 폭력을 행사한다면 난 어떻게 해야할까요?
이와 관련하여 떠올리는 것은 바로 "정당방위"라는 개념입니다. 우리 형법 제21조에서는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시 하나씩 풀어보면 1) 자기 혹은 타인의 법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어야 하고 2) "현재" 법익이 침해당하고 있어야 하며 3) 침해가 부당하거나 위법해야 하고 4)선택한 방위행위가 상당성이 있어야 합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상당성"입니다. 즉 과연 어느정도까지를 상당한 행위로 인정할 것이냐 입니다. 결국 이것은 일률적으로 문장으로 표현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구체적인 개별 사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판례를 통해 형성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앞서 서두에서 말한 싸움, 그리고 일방적인 시비에 휘말린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요? 매우 안타까운 일이지만 우리 형법은 싸움의 경우 정당방위를 거의 인정하지 않습니다. 현실적으로 싸움이라는 것은 한쪽이 시비를 걸고 한쪽이 맞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기에, 먼저 때렸다고 해서 상대방에게 정당방위를 인정해주는것은 지나치게 폭넓게 정당방위를 해석하여 취지에 안맞는 측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반대로 이렇게 하다보니, 억울한 피해자조차 정당방위를 인정받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감정이 겪해지며 고성이 오가다가 누군가 나를 때리기 시작했을때 나 역시 이에 맞서서 주먹을 휘두른다면 먼저 한대를 맞았든 두대를 맞았든간에 정당방위는 성립하지 않고 쌍방폭행이 될 뿐이라는 것입니다. 아주 예외적으로 상대방으로부터 폭력을 벗어나기 위해 소극적으로 행동하는 정도는 정당방위로 인정됩니다. 예를 들어 다수로부터 무차별 폭행을 당하는 와중에 집단구타를 피하려 손톱깎기를 휘둘러 상해를 입힌 경우라든가 하는 경우는 정당방위가 인정됩니다. 그러나 일반적인 싸움의 경우, 소위 "선빵"이 누구이냐에 관계없이 정당방위는 인정될 소지가 극히 적습니다.
그런데 사실 비합리적인 부분도 많습니다. 그렇다면 상대방이 먼저 폭력을 가하는데 그저 맞고만 있어야 한다는 말인가? 물론 민사적인 해답은 다르지만 형사적으로 죄가 없으려면 불행하게도 맞고만 있어야 합니다. 나도 공격을 하는순간 폭행죄가 됩니다. 아니면 정말 도망가거나 상대방이 날 때리지 못할 정도로 "소극적으로 제압"해야 합니다.
정당방위, 특히 싸움에서의 정당방위에 대한 논란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만 명확한 해답은 없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이런 상황이 발생되지 않아야겠지만 인생은 언제나 예측불허니까요. 만약 이런 순간을 맞닥뜨린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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