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행정학과를 졸업했습니다. 네이버 블로그나 티스토리를 보다가 우연히 행정학과 전망에 대해 장밋빛으로 묘사하는 글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진로를 고민하는 누군가에게는 솔직한 전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명문대까지는 못되더라도 서울에서 행정학과로 유명한 대학교에서 학부를 거쳐 졸업을 했고 지금은 공공기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행정학에 대해서, 그리고 행정학과에 대해서 진로를 고민하는 분들에게는 솔직한 이야기를 드리고 싶습니다.



행정학, 공부할 가치가 있는가?


 먼저 행정학이 공부할 가치가 있는가를 묻고 싶습니다. 질문을 조금 부드럽게 바꾼다면 대학교에서 4년 동안 전공할 가치가 있는가입니다. 물론 대학은 실용성을 목적으로 다니는 곳은 아닙니다만 현실적으로 대한민국의 대학생들은 졸업 후 진로를 모색해야하며, 출신학과가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것이 사실입니다. 
 행정학은 사회과학의 한 분야로, 정치와 경영의 복합적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국가 및 공공기관을 경영하는 학문에 관한 것이 바로 행정학이므로 정치학과 관련된 내용을 배우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인간관계론, 조직론 등 경영학과 관련된 분야도 배우게 됩니다. 이는 좋게 말하면 정치학과 경영학 두가지 학문을 두루 배울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반대로 말하면 겉핥기 수준에 그칠뿐 둘 다 깊게 배우지는 않는 단점이 있습니다. 
 또한 4년 내내 전공할 정도로 깊이가 있는 학문인지가 의문입니다. 대학교 행정학과 커리큘럼을 보면 행정학개론, 조직론, 행정법, 비교행정론, 인사행정론, 정책학, 행정정보체계론, 지방행정론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이론적 기반이 얕아 각론들이 행정학개론 수준의 이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인사행정이나 지방행정 같은 경우 그 이론적 기반은 불과 며칠이면 습득이 가능한 수준이며, 결국은 현실 제도에서 일어나는 제도에 대해 공부하게 됩니다. 그러나 공직 조직의 제도들이 특성상 변화무쌍한 것을 감안하면 시간이 흐르면 바로 죽은 지식이 된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특히 보건행정이니 복지행정이니 행정학과는 별로 관련도 없는 학문들을 "행정"자만 붙여 보건학이나 복지학에서 배우는 내용들을 그대로 가르치기도 합니다. 커리큘럼의 부실함을 나타내는 지표라 할 수 있습니다.
 말씀드리고 싶은 부분은 행정학이 나쁜 학문이다, 배울 가치가 없다, 라는 측면이 아닙니다.  대학교는 학문을 배우는 곳이지 취업이 목적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그러나 이상에 빠져 현실을 외면할 수는 없습니다. 진로를 탐색하고 확장하는데 도움이 되느냐 하는 측면에서 바라보았을 때, 행정학과는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행정학, 취업전망과 진로는?


 행정학과 출신들은 다양한 분야로 취업을 합니다. 금융권 등 사기업에 취직하기도 하고, 행정고시를 보기도 하고, 공무원 시험을 보거나 CPA, 세무사 등 전문자격증 시험을 준비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대학 동기들도 굉장히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사회에 진출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바로 이 부분입니다. 다양한 분야로 진출했다는 것이 행정학과가 진출할 수 있는 폭이 넓다는 것은 아닙니다. 행정학과 자체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다른 분야로 자발적으로 공부한 것입니다. 사기업에 취직하기 위해 경영이나 경제를 복수전공했으며, 행정고시나 CPA, 세무사, 공무원 시험 등을 준비하는데 행정학과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과목 중에 행정학이랑 관련된 과목이 있는 공무원 시험조차 대학교에서 배운 것보다 학원에서 1~2달 강의 듣는 것이 훨씬 도움이 많이 됩니다.
 마치 행정학과가 다양한 진로가 가능하다고 묘사되어 있는 글들이 많지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행정학과 자체만으로 명확한 진로가 없기에 각자 살길을 찾는 것뿐입니다. 그리고 이런 학과들은 비단 행정학뿐 아니라 인문계열에도 많이 존재합니다.



행정학, 결론적으로 가성비가 안좋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고 싶은건 행정학과는 매우 가성비가 좋지 않은 학과라는 것입니다. 차라리 경영학과, 경제학과, 통계학과 등이 학문적으로도 손에 잡히고, 길게 남으며, 더욱 깊이 있고, 취업에도 훨씬 유리하고 명확할 것입니다. 또한 진로탐색에도 훨씬 도움이 됩니다. 행정학과에 진학하더라도 결국은 고시를 보거나 공무원 시험을 보거나 또는 사기업에 취직하기 위해 경영학, 경제학, 통계학 등을 공부하게 됩니다. 행정학의 학문성 자체를 깊이 폄하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한국의 행정학은 그 커리큘럼이 매우 질이 좋지 못하고, 4년 동안 배우기엔 가성비가 매우 안좋으며, 향후 진로선택을 고민한다면 더욱 불리하다는 것을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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