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쯤 우리나라를 발칵 뒤집은 사건이 하나 있었습니다. 이른 새벽, 술에 취한 여성의 뒤를 쫓아 그녀의 집을 들어가려고 시도하는 장면들이 CCTV에 고스란히 찍혀 공개되었고 이를 두고 명백히 강간의도가 있었으니 강간죄로 처벌해야한다며 큰 이슈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웃긴 점은 검찰에서도 주거침입강간혐의로 기소했다는 점입니다. 법리적 관점에서 이는 완전히 말도 되지 않는 기소였으나 그만큼 국민들의 눈치를 보았다는 점에 의미가 있습니다.
술에 취한 여성의 뒤를 뒤따라갔고 혼자 사는 집의 문을 열려고 시도했다는 점에서 강간의 의도가 엿보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만약에 문이 열렸더라면 강간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즉 충분한 개연성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주의할 점은 개연성이 충분하다는 것과 실제 그 범죄에 이르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라는 점입니다.
우리가 어떤 사람의 범죄의도를 판단하는 것은 외형에 드러난 결과로 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누구도 그 사람의 내면을 진실로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외형적으로 드러난 결과를 가지고 추론해야 억울한 사람이 생기지 않습니다. 단지 그럴 것이다, 라는 의견이 다수라고 해서 그대로 처벌한다면 죄없는 사람을 처벌할 가능성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형벌은 범죄자를 처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죄없는 사람을 처벌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바로 “실행의 착수”라는 개념입니다. “실행의 착수”란 쉽게 말해 범죄의도를 겉으로 드러내는 행위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제가 A라는 사람을 평소에 증오하고 미워하고 죽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말다툼중에 A를 향해 “죽여버릴거야”라고 이야기하면 저는 살인미수가 되는 것일까요? 은행을 털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는 이유로 절도죄가 성립하는 것일까요? 또는 남의집을 털기위해 주변을 탐색하다가 걸린 경우에 절도죄에 해당하는 것일까요?
우리 형법은 범죄가 되는 명확한 기준점을 정의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이러한 기준점이 없다면 정말로 억울한 사람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내 의도는 그게 아닌데 다른 사람들의 눈에 비춰지는 결과에 따라 하루아침에 범죄자가 될 수 있는 위험성이 존재한다는 것은 선량한 시민이 범죄자로 몰릴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실행의 착수는 이를 객관적이고 명백하게 구분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강간죄는 폭행이나 협박을 시작한 때에 실행의 착수를 인정합니다. 폭행이나 협박을 하고 실제로 강간을 했다면 강간기수, 실패했다면 강간미수가 되는 것입니다. 단순히 강간의 의도를 가지고 남의집에 침입했다고 강간미수가 되진 않습니다. 물론 신림동 영상의 경우 꽤나 명백하게 강간의 의도가 엿보이는 점은 인정됩니다만 그것은 추론이자 추측의 영역이지 논리적인 FACT의 영역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실 그는 강간이 아니라 술취한 사람의 집에 들어가 강도짓을 하거나 살인을 하거나, 절도를 하려고 했을지도 모릅니다. 만약에 그가 실제로 들어가 강간을 하지 않고 강도짓만 했다면? 그럼에도 그에게 강간미수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을까요?
물론 이는 어느정도 국민들의 법감정과 배치됩니다. 그러나 법감정만으로 실제 법이 운영된다면 법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질 것이고 그때그때 다수 논리에 따라 진행될 것입니다. 다수가 주장하는대로 법이 집행된다면 거듭 말씀드리지만 선량한 시민이 하루아침에 범죄자가 될 수도 있는 위험에 노출됩니다. 슬픈 일이지만 다수가 항상 옳은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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