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법성조각사유
우리 형법에는 위법성조각사유라는 것이 있습니다. 뭣하러 이런 어려운 말을 쓰는지 개인적으로는 이해가 잘가질 않습니다. 쉽게 말하면 위법성을 조각하는, 없애버리는 이유라는 것인데 좀더 직관적이고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용어로는 바꾸지 못하는걸까요?
하여튼 위법성 조각사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범죄의 정의부터 살펴보아야 합니다. 범죄를 법률적으로 정의하면 "구성요건에 해당하고 위법하고 책임있는 행위 "입니다. 그래서 구성요건해당성, 위법성, 책임성을 범죄의 3요소라고 합니다. 이 역시 너무 말이 어려우므로 아주 쉽게 예를 들어 설명해보도록 하겠습니다.
A라는 사람이 남의 가게 창문을 부셨습니다
B라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폭행했습니다
위 사례에서 A는 손괴죄, B는 폭행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합니다. 그렇다면 이들의 행위는 곧바로 범죄가 되어 처벌이 가능할까요?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니 사정이 조금 달랐습니다
A는 불이난 가게에서 도망치기 위해 가게창문을 부수고 탈출했습니다
B는 흉기를 들고 집안에 든 강도를 제압했습니다
약간 디테일한 사실관계가 변경되었지만 이 상황에서도 여전히 A와 B의 행위는 각각 손괴죄와 폭행죄라는 구성요건은 충족됩니다. 다만 정황을 고려했을때 법에 위배되는 행위인가? 라는 점은 물음표로 남습니다. 법조문에 해당하더라도 처벌할수 없는 다른 사정이 있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구성요건에 해당하면 위법하지만, 특수한 경우 위법성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우리 형법에서는 대표적으로 5가지 위법성조각사유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정당행위, 정당방위, 긴급피난, 피해자의 승낙, 자구행위가 바로 그것입니다
정당행위
형법 제20조에서는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라고 하여 정당행위를 위법성조각사유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1. 법령에 의한 행위 2. 업무로 인한 행위 3.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법조문상 범죄로 규정되어 있어도 죄가 없다는 의미입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타인의 업무를 방해하면 업무방해죄가 되지만 노동쟁의행위는 노동법에 근거해 적법한 정당행위가 됩니다. 다른사람을 상처입히면 상해죄가 되지만 의사가 수술하기위해 집도하는것은 업무로 인한 행위로 정당행위가 됩니다.
정당방위
형법 제21조에서는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라고 하여 정당방위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찬찬히 살펴보면 1.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침해가 있어야하며 2. 그 침해는 부당한 것이어야하고 3. 방위행위에 상당성이 있어야 합니다.
정당방위는 일상적으로도 많이 사용하는 용어이지만 그 바리에이션은 상당히 애매하고 경계가 모호합니다. 따라서 구체적인 경우에는 판례에 의해 결정됩니다. 예를 들어 집안에 도둑이 들었을때 불구로 만들정도로 큰 상해를 입히면 정당방위로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흉기를 든 강도와 다투다 큰 상처를 입혔다면 비교적 정당방위로 인정될 여지가 큽니다.
재미있는 점은 싸움의 경우 정당방위가 인정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별도로 포스팅한적이 있습니다.
<더보기>
2020/06/13 - [1.사회과학] - 싸움과 정당방위
긴급피난
형법 제22조에서는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위난을 피하기 위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라고 하여 긴급피난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1.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침해가 있어야하고 2. 현재의 위난이어야 하며 3. 피하기 위한 행위가 상당성이 있어야 합니다.
정당방위와 차이점을 살펴보면 법익침해가 부당할 필요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 화재를 피하기 위해 다른가게의 유리창을 깨고 탈출한경우 이는 긴급피난에 해당하고 정당방위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재미있는점은 위난을 피하지 못할 책임이 있는자에게는 긴급피난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예를들어 화재진압을 위해 건물에 진입한 소방관이 화재를 피하려 창문을 깨기 위해 탈출한다면 긴급피난으로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아 손괴죄의 적용을 받게될 것입니다.
피해자의 승낙
형법 제24조는 "처분할 수 있는 자의 승낙에 의하여 그 법익을 훼손한 행위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벌하지 아니한다"라고 하여 피해자의 승낙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친구에게 한대 때려달라고 부탁한뒤에 때린친구를 폭행죄로 처벌하는것은 상식에 맞지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피해자가 승낙한다고 항상 위법성이 조각되는것은 아닙니다. 살인 등은 피해자승낙이 있더라도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으며 그 판단기준은 사회상규에 위배하는지 여부가 될것입니다
자구행위
형법 제23조는 "법정절차에 의하여 청구권을 보전하기 불능한 경우에 그 청구권의 실행불능 또는 현저한 실행곤란을 피하기 위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라고 하여 자구행위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청구권 보존이 힘든경우 실행불능이나 실행곤란을 피하기위해 상당한이유있는 행위는 위법성이 조각됩니다.
현실사회에서 자구행위는 인정될 여지가 매우 드뭅니다. 법치사회에서 자구행위를 폭넓게 인정한다면 사회는 엉망이 될것입니다. 예를들어 모욕을 당했다고 집에 감옥을 설치하여 그사람을 가두면 안되는 것처럼 말이죠
따라서 긴급성도 있어야하며 어느정도 합리성이 인정되어야합니다. 굳이 경찰이나 국가기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경우라면 자구행위가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가장 흔한 자구행위의 예시로는, 거액의 빚을 지고 도망가는 사람을 채권자가 우연히 공항에서 발견하여 도망가지 못가게 일시적으로 붙잡는경우, 감금이나 폭행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만 자구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됩니다
이상으로 우리 형법이 규정하고 있는 위법성 조각사유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범죄라는 것은 구성요건에 해당하고 위법하고 책임이 있어야 한다는 점, 그리고 위와 같은 일정한 경우에는 위법성이 조각(없는 것으로 인정되어)되어 범죄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 요것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1.사회과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문도서관이란?(우리나라 전문도서관) (0) | 2020.07.31 |
---|---|
로스쿨 학비 알아보는 방법 (0) | 2020.07.31 |
스놉 효과, 베블런 효과, 밴드웨건 효과 뜻 (2) | 2020.07.30 |
불심검문, 거부할 수 있을까 (3) | 2020.07.28 |
도서정가제의 뜻과 문제점 (5) | 2020.07.27 |
최근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