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의 편지

90년대말 필자는 소위 행운의 편지라는 제목으로

부자가 되는 법을 설명한 편지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 편지의 내용은 이랬습니다.

5명의 주소 리스트와 성명이 적혀있었고, 위에 적혀진 리스트에 천원씩 우편으로 보내고

1번 리스트를 삭제하고 나머지를 한칸씩 올린후 5번 리스트에 제 이름을 적고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보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즉 처음 받은 편지에 a,b,c,d,e라는 리스트가 적혀있다면

저는 b,c,d,e에게 천원씩 보냅니다

그리고 a를 지우고 리스트를 b,c,d,e,“로 구성하여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보냅니다.

 

제 편지를 받은 누군가는 같은 방식으로 제게 천원을 송금할 것입니다.

만약 제가 수천명에게 이 편지를 보내고 100명만 이 편지 방식대로 응한다면

제 수익은 1000x 100= 100,000원이 됩니다

 

 

그리고 그 100명이 다시 수백, 수천명에게 보내면

여전히 제 이름은 편지를 받은 사람들이 천원을 보내야 할 리스트에 남아있으므로

저는 상위 5명에서 사라질때까지 수많은 사람들에게 돈을 받게 되어 부자가 된다

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꽤 그럴듯해 보이는 이 방식은 당시 꽤나 시도해본 사람들이 많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녹치 않았습니다.

이론적으로 4천원만 투자하면 몇억을 벌수 있다는 수법이었지만

실제로 시도하는 사람도 많지 않았습니다.

당시는 온라인이 지금처럼 활발하지도 않았던 시절입니다.

직접 누군가의 우편함에 발송하거나 몰래 넣는 방식으로 진행해야만 했습니다.

 

이러한 방식이 다단계이자 폰지사기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희대의 사기꾼, 찰스 폰지

오늘날 많은 영역에서 폰지 사기라는 용어가 사용됩니다.

그 어원을 따져보면 1920년대 이탈리아계 미국인 사기꾼 찰스 폰지에서 비롯됩니다.

찰스 폰지는 어느날 국제우표반신권(IRC)라는 회신 쿠폰의 존재를 알게 됩니다

당시는 환율이 불안하고 국가 간 진입장벽이 높음에 따라 같은 재화라도 다른 가격으로 거래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와 미국에서 거래되는 IRC의 가치가 달랐던 것입니다.

이를 착안해 찰스 폰지는 차익거래를 조건으로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IRC를 싼 지역에서 매입해 비싼지역에서 되팔고 그 차익분을 투자자에게 돌려줄테니 본인에게 투자를 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45일만에 원금의 50%, 90일 후 원금의 100% 수익을 약속하고 투자자를 모집했는데 그렇게 모집된 금액은 4억 달러가 넘었다고 합니다. 중간에 투자금액 회수를 요구한 고객들에겐 신규 투자자에게 유치된 금액을 돌려주는 방식으로 운영이 이루어졌는데 쉽게 말해 아랫돌을 빼서 윗돌을 얹는 방식, 돌려막기라고 보면 됩니다.

 

 

결국 찰스 폰지의 대대적인 사기행각은 폭로되었지만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폰지 사기는 끊이지 않고 횡행하고 있습니다. 일부 방법의 차이는 있겠지만 인터넷에 떠도는 다단계 사기, 몇해전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한 조희팔 사기사건, 나스닥증권거래서 회장 출신으로 사상 최대의 폰지사기를 일으킨 버나드 메이도프에 이르기까지 폰지 사기 방식은 현대까지 이어지고 있고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을 전망입니다.

 

 

폰지사기의 특징

그동안 다양한 유형으로 폰지사기가 기획되고 실행되어 왔지만 공통적인 특성을 추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그럴듯한 포트폴리오를 내세우며 높은 수익률을 보장합니다.

그러나 면밀히 뜻어보면 이 포트폴리오는 이론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2) 새로 유치한 투자금으로 기존 고객들에게 돌려줍니다. 기존 고객들은 자신들이 투자한 금액이 수익으로 돌아왔다고 생각하고 이를 통해 입소문을 타게 됩니다.

3)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많은 투자자가 유치되고(투자자=피해자) 결국 수많은 피해자가 양산됩니다.

 

 

국민연금은 폰지사기인가. 필요한 건 개혁!

국민연금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국민연금이 거대 규모의 폰지사기라고 비판합니다.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지금 국민연금을 내면 늙어서 많은 돈을 되돌려받을 수 있다

: 이는 많은 수익률을 보장하면서 투자를 유치한다는 점에서 폰지사기와 동일합니다.

2) 내가 받는 연금은 내가 낸 돈이 아니라 추후 젊은사람들이 낸 연금으로 충당되는데,

이는 결국 돌려막기를 의미합니다.

돌려막기가 한계에 다다르게 되면 결국 파국에 이르는 시스템입니다.

폰지사기의 큰 맹점은 신규 자금 유입이 없거나 부족해지면 종말에 이르게 되는데

출산율이 급격히 감소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결국 젊은이들의 자금으로 국민연금재원을 충당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물론 국민연금은 국가가 지급을 보증하고 사회보험의 성격을 지닌 제도로

단순한 폰지사기와 그 특성을 같이할 수 없습니다.

다만 현 국민연금의 특성과 그로 인해 잠재된 위험성은 폰지사기처럼 위험하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이면 될 것 같습니다.

국민연금의 미래는 불보듯 뻔합니다.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지만 정치적 부담 등으로 누구도 선뜻 칼을 들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국민연금에 개혁이 가해지지 않는다면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폰지사기가 발생할 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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