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브해에 위치한 섬나라, 도미니카 공화국에서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발생하곤 했습니다. 염전 옆에 해변이 펼쳐진 살리나스 해변(salinas는 염전이라는 뜻)의 작은 마을에서는 여자 아이가 갑자기 남자 아이로 변하는 말도 안되는 일이 종종 일어났습니다. 현대 의학으로 설명하기 힘든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한 걸까요?

엄밀히 말하자면 여자가 남자로 변한게 아니라 사실 원래부터 남자였다고 말하는게 옳습니다. 다만 어릴적부터 생식기가 모호하여 여자처럼 보였기 때문에 여자아이로 길러졌다가, 사춘기가 될 때(약 12살 무렵이라고 합니다) 생식기가 뚜렷히 나타나면서 갑자기 남자가 되어버리고 만다는 것입니다. 이런 일이 무려 90명 중 1명 꼴로 발생했다고 합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걸까요? 이것을 게베도세즈(guevedoces)라고 부르는데 “12살에 생긴 생식기”를 의미합니다. 의학적으로는 5알파 환원효소가 결핍되어 생긴 문제라고 말합니다. 선천적으로 XY 염색체를 가지고 고환을 가지고 있는 남성이지만 5알파 환원요소가 부족하여 남성 외부 생식기가 외형적으로 발달하지 않는 선천적 질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당시 살리나스 지역은 매우 폐쇄적으로 외부인 유입이 존재하지 않아 근친혼이 성행했는데, 이것이 유전적인 원인이 되었을 것이라고 학자들은 이야기합니다. 2차 성징이 나타날 무렵에는 남자가 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겠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문제는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여자라고 알고 있었고 여자처럼 길러진 그녀가 본인이 남자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에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본인 뿐 아니라 부모님을 포함한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일입니다. 딸인줄 알고 계속 키워왔는데 갑자기 아들이라면? 이는 성정체성의 문제와도 연결됩니다.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 사람들은 결국 성전환수술을 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의사들은 여기서 재밌는 사실들에 주목하게 됩니다. 이들을 추적관찰한 결과 탈모가 없으며 나이가 든 뒤에도 전립선이 발달하지 않으며 여드름이 거의 없었다는 점입니다. 이를 착안해 전립선 비대증약과 탈모약 개발에 뛰어들게 됩니다. 즉 게베도세즈를 연구한 결과 게베도세즈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르 테론을 DHT라는 호르몬으로 전환시키는 효소인 5알파 환원효소가 결여되었다는 점을 발견했는데, 반대로 5알파 환원효소와 DHT를 억제한다면 탈모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했습니다. 그 결과 피나스테리드라는 호르몬 억제제를 이용해 탈모치료에 쓰이는 약물이 개발되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피나스테리드는 호르몬 억제제로도 쓰이지만 전립선 비대증 치료에도 쓰인다는 점입니다. 복용하는 용량에 따라 1일 5mg 복용시 전립선비대증 치료에, 1일 1mg 복용시에는 탈모 치료에 사용됩니다. 이를 활용한 대표적인 제품이 바로 탈모약으로 널리 알려진 프로페시아입니다.

다만 호르몬을 억제하는 원리로 만들어진 약인만큼 부작용도 있습니다. 성기능과 욕구 감소가 일어나며 또한 우울증이나 자살 충동까지 드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복용하는 모든 사람에게 나타나거나 동일한 정도로 나타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또한 남성호르몬과 관련되었기 때문에 여성, 특히 가임기나 임신중인 여성은 절대 복용하면 안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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