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경영학과를 문과의 꽃이라고 부릅니다. 경영학과가 개설되어 있지 않은 대학교가 없을 정도로 전국에는 수많은 경영학과가 있고 문과학생들이 선호하는 1순위 전공이며, 또한 취업율이 가장 높기 때문입니다. 이를 반영하듯 주요 대학의 입시 배치표에는 항상 경영학과가 문과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야 들어갈 수 있는 학과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경영학과는 과거에도 인기가 많았지만 과거 80~90년대만 해도 이렇게까지 압도적으로 경영학과가 인기가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과거 경제성장기 시절에는 지금보다 취업이 어렵지 않았고, 대학 전공이 취업을 위한 간판으로 전락하진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IMF를 겪으며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순수 인문계열은 채용수요가 거의 없으며, 기업에서는 그나마 상경계열을 전공한 채용수요만이 일정 부분 유지되어 왔기 때문에 경영학과의 인기가 높아졌습니다. 취업을 위해서는 경영학과에 진학할 수 밖에 없게 되었으며 비전공자 또한 편입, 복수전공, 전과 등의 방법으로 경영학과의 타이틀을 얻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2000년~2010년대와는 시대가 또다시 변했습니다. 과거 2000년~2010년의 경우 경영학과를 전공하고 소위 말하는 스펙관리를 성실히 했다면 원하는 대기업에 입사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과거보다도 훨씬 어려운 시대입니다. 구직자 수는 많은데 양질의 일자리는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과거와 달리 명문대 경영학과를 나왔다는 사실만으로 입사가 보장되고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던 시대는 이미 지나버렸습니다.
이는 시대적 흐름과도 큰 관련이 있습니다. 과거에는 민간 사기업이 인기가 높았습니다. 이는 압도적인 급여 차이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사기업의 고용불안정이 시대를 거쳐오며 부각되었고 좋은 일자리는 고용안정이 보장되는 공무원 및 공공기관으로 옮겨져 갔습니다. 지금은 민간기업과 공공부문이 급여차이도 별로 없기 때문에 대부분 공무원 및 공공기관을 더 좋은 일자리라고 선호합니다.
그러나 정부정책은 점점 "공정"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공정"이라는 이름을 내세워 옳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점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원자의 학력과 전공을 보지않는다는 블라인드 채용이나 공정성만을 앞세우다보니 떨어뜨리기식 시험을 통한 채용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NCS니 전공필기시험이니 하면서 사실 회사 업무를 하는데 별로 필요없는 문제들을 어렵게 출제하여 한두문제 차이로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탈락의 아픔을 겪고 있습니다. 이런 구조 하에서는 사실 경영학과를 나온 것이 크게 득이 되지 않습니다.
물론 여전히 상경계열을 많이 뽑고 있고, 따라서 시험과목도 경영학이나 회계, 재무관리 등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는 당연히 전공자가 비전공자보다 공부하기가 수월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학문에 대한 깊이나 경영학 마인드를 얼마나 갖고 있느냐보다 소위 수험적합도로서 경영학 과목들을 얼마나 공부했느냐에 가깝습니다. 즉 비전공자라도 취업준비만을 목표로 경영학 공부를 꾸준히해왔다면 전공자보다 우수한 성적으로 좋은 회사에 입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경영학이라는 커리큘럼은 경영학 일반, 재무관리, 회계, 마케팅, 조직, 인사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많은 경영학과 학생들이 불만을 토로하는 부분은 대학교에서 배우는 것들이 매우 깊이가 얕고 추상적이고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느끼는 것입니다. 경제학이나 법학처럼 학문적 깊이가 있는 느낌이 없고, 대부분 수업에서 조별과제나 사례중심으로 공부를 하기 때문에 크게 배웠다고 느끼지 못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취업만을 위한 수험공부를 본격적으로 하지 않는 이상, 경영학 전공을 몇년 했다고 해서 특별히 전문성이 갖춰진 느낌을 가지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실 회계사나 세무사 같은 전문자격증을 1순위로 공부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물론 전공과 일부 관련이 있긴 하지만 회계가 경영학의 전부도 아닐뿐더라 전문자격증을 준비하려면 전공이 경영학일 필요도 없는 것이지요. 경영학은 원래 취업을 위한 학과가 아닙니다. 그러나 자본주의가 어떻게 돌아가고 돈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깊은 이해를 하려면 경영학 공부는 필수적입니다.
과거와 달리 경영학과를 나왔다는 사실 자체가 큰 메리트는 없습니다. 취업수요가 너무 좁고, 양질의 일자리는 공정성이라는 이름으로 학과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못하며 결국 시험 등으로 결정되는 부분이 크기 때문입니다. 경영학 공부가 약간의 메리트는 있지만 그게 4년 동안 전공해야 할 당위성이 있을 정도로 커다란 비중은 차지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경영학 공부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것은 문과생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필요합니다. 자본주의란 무엇이고 돈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기 위해서는 반드시 경영학에 대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과거 제가 다니던 대학교 경영학과에는 악명높은 전공과목이 있었습니다. <경영학원론> 과목이었는데 전공필수로 지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모든 학생들이 이수하지 않으면 졸업이 불가능했습니다. 일반적인 이론수업과 달리 그 수업에서는 직접 상품을 기획하고 마케팅하고 소비자에게 판매한후 수익까지 창출하는 결과물이 한학기 내내 이어지는 조별과제였습니다. 직접 길거리에서 뛰며 물건을 판매하기도 하고, 인터넷을 활용해 마케팅을 하기도 해야 했습니다. 너무나 빡센 나머지 대부분의 학생들은 포기했고, 졸업을 앞둔 학생들은 이 한과목 때문에 졸업을 하지 못하는 불상사가 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향후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 분명히 이런 과정을 통해 돈을 어떻게 버는지 아는것과 모르는것은 큰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분명 경영학과가 취업에 "일정 부분" 유리한 것은 현실입니다. 그러나 경영학을 전공하고 학점관리를 하고 스펙을 쌓는다고 취업이 보장되는 만만한 세상이 지금은 아닙니다. 어쩌면 필요한 것은 경영학을 통해 자본주의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빨리 이해하고 스스로 삶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닐까 합니다. 학과 전망은 어찌됐든 취업과 동떨어져 이야기할 수 없는 현실적인 부분이 있습니다. 그나마 최선의 선택이지만 과거와 같은 기준으로 생각해서는 안되며 전공보다는 경영학을 통한 자본주의 이해가 필요합니다. 이 본질적인 부분을 이해하고 경영학과를 전공하고 향후 미래를 설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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