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시절에 타로 카드를 볼줄 아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당시 타로 카드가 꽤나 인기가 있던 때여서 그 친구는 제법 인기가 많았습니다. 저야 원래 그런건 미신으로 치부하거나 끽해야 재미로 본다라는 정도여서 크게 신뢰하는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때때로 굉장히 높은 신뢰를 보이며 자주 찾는 사람들도 많았지요

 

 

 어느날 그 친구가 이야기하기를 사실 카드에서 뭐가 나오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단지 그 사람에게 듣기 좋거나 그럴싸한 이야기를 해준다고 했습니다. 즉 100% 완전한 사기라는 겁니다. 최소한 어느 정도의 규칙성이라도 있을줄은 알았는데 순전히 점을 보는 사람이 즉흥적으로 지어내어 상대방에게 거짓을 이야기한다는 점은 꽤나 충격적이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로점이 진짜 상당히 잘 맞는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직까지 있다는 부분이죠

 

 

  또 하나 이와 비슷한게 바로 "혈액형별 성격"입니다. 약 15년정도 전에 유행하여 지금까지도 널리 통용되고 있는 이것은 각각의 혈액형별로 고유한 성격이 존재하고, 대개 들어맞는다고 믿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때는 이것에 대한 신념이 너무나 확고한 사람들이 많아 차마 이것에 대해 반박하거나 믿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이 실례라고까지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심한 사람들은 초면에 대뜸 상대방의 혈액형을 물어보면서 그 사람의 성격을 단정짓는 오류를 범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혈액형별 성격은 통계적으로 전혀 검증된 것도 아니었고 A,B,AB,O형 외 다양한 혈액형에 대해서는 전혀 설명을 해주지 못했으며 결과적으로 혈액형과 그 설명된 성격이 어째서 그런 경향을 보이는지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이런 미신이 너무 강력하여, 속으로 반대하던 사람들조차도 겉으로는 짐짓 신기한척하거나 동조하는척 해야했던 분위기였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타로 카드, 그리고 혈액형별 성격. 그 외에도 존재하는 수많은 미신들, 예를 들어 OO철학원이라든가 지금도 스포츠신문 한켠을 차지하고 있는 띠별 오늘의 운세라든가, 하는 것들은 묘하게 사람들이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것들의 공통적인 속성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일반적이고 애매모호하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일반적으로 통용되어 믿기 쉽다는 것입니다. 누구에게나 적용이 가능한 묘사를 특정 개인에게 적용된다고 믿는 현상, 이것을 바로 바넘 효과(Barnum Effect)라고 합니다. 다른 말로는 포러 효과(Forer effect)라고 합니다.

 

  19세기 미국 서커스 곡예사인 피니어스 테일러 바넘(Phineas Taylor Barnum)은 서커스단에서 관객을 불러내어 사람의 성격을 맞추는 것으로 유명했습니다. 사실은 누구에게나 통용 가능한 말이나 묘사를 했을 뿐이었으나 관객은 정말로 바넘이 자신의 성격을 맞춘다고 착각했습니다. "감정기복이 심할때가 있다" 라거나 "스스로에게 너무 엄격한 면이 있다"라는 등의 애매모호하고 누구나 한번쯤 그럴듯하게 받아들이는 경향들을 이야기하여 공감을 받는 수법이지요

 

 

 

 이를 입증한 사람의 이름이 바로 포러 교수입니다. 1948년. 그는 학생들에게 성격검사를 실시했습니다. 그리고 성격 검사지를 나눠주며 학생 스스로에게 얼마나 검사결과와 본인들의 성격이 일치하는지 평가해보라고 했습니다. 5점 만점에 평균 4.26점으로 학생들 대부분이 검사결과와 본인들의 실제 성격이 일치한다는 평가를 내렸습니다. 그러나 사실 학생들에게 나눠준 성격 검사지는 그들이 실시한 성격 검사와 관계가 없었고, 그저 일반적인 점성술 결과에 나온 문장을 동일하게 복사하여 나눠준 것에 불과했습니다. 

 

 

 이런 바넘 효과, 또는 포러 효과가 재미있는 점은 보통 긍정과 부정의 요소를 적절히 섞는다는 것입니다. 막연히 좋은 이야기만 하거나 막연히 나쁜 이야기만 한다면 큰 공감을 받기 어려우나 애매모호하게 긍정과 부정의 요소를 섞는다면 오히려 큰 공감을 일으키게 됩니다. "때때로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하나 가끔은 혼자 있는 것이 좋다"라는 등의 문장이 그러합니다. "때때로" 또는 "가끔은" 이런 단어들은 참으로 애매모호하고 막연하여 해석하기 나름이고, 사람들은 그것을 결국 자기한테 잘 맞는 쪽으로 해석하여 기울지요

 

 

 

 

 목에 걸면 목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이것이 바로 바넘 효과 또는 포러 효과를 압축하는 문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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