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아파트 공화국

최근 몇 년간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값이 천정부지로 뛰었습니다. 너나할것없이 부동산 투자에 뛰어들었고 인터넷에는 부동산 관련 커뮤니티가 인기가 많아졌으며 서점에서는 부동산 관련 서적들이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했습니다. 누군가는 큰 부를 축적했으며 누군가는 배아파했으며 누군가는 기회를 놓쳐 배아파했으며 누군가는 지금이라도 뛰어들어야되는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부동산 투기를 우려하며 최근 몇 년에 걸쳐 점차 강도 높은 규제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특히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투자(또는 투기)는 매우 활발합니다. 부동산 불패, 특히 서울 불패라는 공식은 수십년간 경험을 통해 증명되었고 어느 금융상품보다 안전하고 확실한 자산 증식 수단으로 인지되었기 때문입니다. 30대만 넘어가면 어느 모임을 나가든 부동산 이야기가 절반입니다. 사람들의 계급은 어떤 아파트에 사느냐로 나뉘어집니다. 가히 아파트 공화국이라고 부를만 합니다.

 

 

왜 그들은 아파트에 열광하게 되었나. IMF가 바꿔놓은 참상

 

사실 70,80년대만 해도 아파트가 대중적인 거주형태로 자리잡기 이전에는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받지 못했습니다. 부동산 투자는 토지중심으로 이루어졌고 오히려 정원이 딸린 단독주택이 비싼 가격으로 거래되곤 했습니다.

80년대~90년대 초반만 해도 아파트 가격이 상승했지만 비단 아파트뿐만이 아니라 전반적인 부동산 상승과 맞물려있었기에 대다수 사람들이 크게 인식하지 못했습니다. 당시는 경제성장기였고 아파트가격뿐 아니라 물가도 올랐고 사람들의 월급도 폭발적으로 오르던 시기였습니다.

90년대 초반 사람들의 연봉은 500~600만원 수준이 일반적이었고 당시 강남아파트는 1억이 넘었습니다. 20년을 꼬박모아야 살수 있을정도로 비쌌고 당시에도 신문에서는 아파트값이 비싸다고 비판적인 기사가 잊을만하면 쏟아져나왔습니다.

 

 

당시 대부분의 서민들은 은행금리만으로도 재테크가 가능하던 시절이었습니다. 10~20%대의 이율을 보장하는 상품들이 널려있었고 몇 년만 차근차근 목돈을 모으면 복리의 효과를 내세워 2배씩 수익을 거두는 것이 가능한 시절이었습니다. 물론 당시에도 주식투자나 부동산투자를 하여 큰 돈을 벌어들인 사람들이 많았지만 굳이 그만큼의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더라도 만족할만한 수익을 거둘수 있는 시장여건이 조성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IMF가 찾아왔습니다. 주식투자자들은 깡통을 찾으며 아파트 가격도 폭락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실업자가 되었고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입었습니다.

경제는 차츰 회복되었습니다. 5,6년이 지나 2000년대 초가 되어 부동산 가격, 특히 아파트값이 큰 폭으로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보수적으로 내집 장만후 월급만 차근차근 모으던 사람들은 어느새 아파트값이 올라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이때 본격적으로 대한민국 사람들은 아파트 투자에 눈뜨기 시작했습니다.

부침이 있었지만 2020년 현재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홍콩 등 아파트 가격이 훨씬 비싼 국가와 비교하며 아직도 우리나라는 상승여력이 충분하다며 주장합니다.

 

 

그런데 그들은 행복해진걸까

 

이 포스팅은 아파트 가격이 오른다거나 내린다거나 하는 예측을 담은 경제관련 포스팅이 아닙니다. 아파트 가격은 분명히 올랐습니다. 10년전 5억의 자산을 소유하고 있던 누군가는 현재 10억이 넘는 자산가가 되었습니다. 갭투자가 유행할 때 적극적으로 뛰어든 자는 수십억 자산가가 되기도 하고, 무리한 투자로 깡통을 차기도 했습니다.

경제 흐름에 따라 누군가는 더 부유해졌고 누군가는 더 가난해졌습니다. 이는 경제의 당연한 현상이며 모든 사람이 다같이 행복해지기는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행복해진 사람보다 불행해진 사람, 부자가 된 사람보다 가난해진 사람이 많다면 이는 분명히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추론할 수 있습니다. 아파트 가격이 올라서 부유해진 사람도 분명히 있겠지만 가난한 사람이 훨씬 많아졌다면 이는 크나큰 비극입니다.

위 자료는 이를 극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2018년에 비해 2019년에는 소득상위구간과 하위구간의 자산격차가 커졌습니다. 하위구간은 더 가난해졌으며 상위구간은 더 부자가 되었습니다. 상위구간은 자산이 커졌지만 대부분 부동산 자산가치의 상승에 기인한 것이며, 진정한 의미에서 부자가 된 사람은 극소수에 그칩니다. 동일 수준의 아파트 가격 상승은 비슷한 수준으로 이루어졌으며 내 집뿐만 아니라 건너동네 집값도 올랐으며 이것을 팔고 다른 동네로 가려면 오히려 지불해야 할 비용은 증가했습니다. 한단계 높은 수준의 동네에 살기에는 더 격차가 높아진 집값 때문에 엄두도 낼 수 없습니다. 부자가 된 것은 강남 다주택자일뿐 전국민의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는 1주택자와 무주택자는 더욱 가난해졌습니다.

 

 

서울 사람들은 더욱 불행하다

 

특히 이런 아파트가격은 수도권, 그중에서도 서울이 비싸다는 것은 만연한 사실입니다. 서울 사람들은 지하철타고 10분만 가면 되는 동네가 평생 이사갈 수 없는 곳이 되었다는 사실에 상대적 박탈감을 안고 살아갑니다. 자기동네보다 집값이 싼 동네, 임대아파트를 두고 위안을 삼거나 조롱하며 행복이라 여기며 살아갑니다. 집값은 5억이 올랐지만 그들이 더 가난해졌다는 사실은 외면하고 있습니다.

 

 

얼마전 지방출신으로 지방에서 취직을 하고 살아가는 대학교 친구를 만난적이 있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와중에 오히려 그는 서울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한다며 비판했습니다. 그리고 자기가 서울사람들보다 훨씬 부자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의 논리는 이랬습니다. 소득은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사람과 비슷한 수준인데(연봉은 7천정도 되었습니다) 자기가 사는 신축아파트는 3억밖에 되지 않으므로 강남에 30억짜리 신축아파트에 사는 사람보다 10배는 많은 돈을 소비하고 살수 있으므로 삶의 질이 10배가 높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물론 그의 말이 온전히 옳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가 느끼는 주관적인 행복도가 그만큼 높고, 실제로 그는 우리중 누구보다 많은 소비를 하면서도 부족함 없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의 방식이 옳다거나 당장 지방에 가서 살아야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자본주의는 냉혹합니다. 앞으로도 빈부격차는 커질것이고 아파트 가격 격차는 더욱더 커질 것입니다. 알면서도, 어쩔수 없이 덜 불행해보고자 발버둥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현실이 참혹할 따름입니다. 아파트 가격은 더 오르겠지만 불행해지는 사람은 앞으로 더 많아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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