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스페인의 3대 화가로 벨라스케스, 엘 그레코, 고야를 꼽습니다. 물론 이 3대 화가라는 선정기준에 대해서는 다른 의견이 있을수는 있지만, 고야가 스페인을 대표하는 화가라는 점에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림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꽤나 생소한 이름일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비교적 동시대, 19세기에서 20세기 초반에 활동한 화가들, 예를 들어 이삭줍는사람으로 유명한 밀레라거나 정물화로 유명한 세잔, 빈센트 반 고흐라거나 하는 이름은 대중들에게 널리 익숙하지만 어쩐지 고야는 잘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스페인의 대표적인 천재화가, 고야의 유명한 그림을 통해 그를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자식을 잡아먹는 사투르누스

고야를 잘 모르더라도 아마 이 그림만큼은 한번쯤 보신 분들이 많으리라 생각됩니다. 조금 다르게 말하면 한번 보면 결코 쉽게 잊을 수 없는, 그만큼 충격적인 장면을 묘사하고 있는 그림이기 때문입니다.

그림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잠시 그리스 신화 얘기를 하려합니다. 농경의 신으로 불리는 크로노스(kronos)는 하늘의 신 우라노스와 대지의 여신 가이아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가이아가 낳은 자식들이 하나같이 끔찍하다는 이유로 우라노스는 자기 자식들을 타르타로스에 가두게 됩니다. 타르타로스란 지하세계의 가장 깊고 고통스러운 공간을 의미합니다. 이에 앙심을 품은 가이아는 자식들에게 우라노스를 무찌르라 하지만, 오직 크로노스만 이에 응하게 됩니다. 결국 크로노스는 아비인 우라노스를 몰아내고 최고의 신 자리에 등극합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약속과 달리 크로노스는 타르타로스에 갇혀 있는 형제들을 풀어주지 않게 되고, 가이아는 크로노스에게 저주를 내립니다. 크로노스가 아비를 해친 것처럼 그 또한 자식들에게 해쳐질 것이라는 예언이었습니다. 그리하여 크로노스는 결국 자식들이 태어나는 족족 잡아먹게 됩니다. 훗날 크로노스의 아내 레아의 계책으로 막내아들만 살아남게 되고, 예언대로 아버지인 크로노스를 무찌르게 되는데 그가 바로 최고의 신으로 알려진 제우스입니다.

 

 

고야는 원래 잘나가는 스페인의 궁정화가였으나 프랑스와 스페인 간의 처참한 전쟁을 경험하며, 그리고 개인적인 가정사 불행 등을 이유로 궁정화가를 그만두고 칩거생활을 하며 그림을 그리게 됩니다. 이때의 그림들은 하나같이 어둡고 우울했으며 때로는 잔혹하기까지 했습니다. 어떤 심정으로 이 그림을 그렸을까요? 자신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혀 자식을 잡아먹던 사투르누스처럼, 그 역시 죽음의 공포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벌거벗은 마하

서양 미술을 보면 누드화를 통해 인체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그림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고야의 벌거벗은 마하가 바로 최초로 인간을 모델로 한 누드화라는 것입니다. 그 이전에는 신화 속의 인물들을 중심으로 누드를 표현했을뿐, 실존하는 인간을 대상으로 누드화를 그린 그림은 없었습니다. 또한 당시 카톨릭 국가에서 여성의 나체를 그린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재미있는 점은 이 벌거벗은 마하의 모델이 된 인물이 누구인가인데 고야는 이에 대해 정확하게 말하지 않았습니다. 알바 공작 부인이라는 이야기와 페피타 투도라는 설이 유력하지만 아무도 그 진실을 알 수는 없습니다.


1808년 5월 3일

위 그림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1808년 5월 3일을 묘사한 그림입니다. 과연 1808년 5월 3일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왜 고야는 이날의 일을 그림으로 남겼을까요?

1808년 나폴레옹이 집권하고 있던 프랑스는 에스파냐를 침략했습니다. 에스파냐를 침공한 프랑스 군에 대항해 1808년 5월 2일 대규모 민중봉기가 일어나게 됩니다만 나폴레옹은 5천명이 넘는 양민들을 학살하고 처형하게 됩니다. 1808년 5월 3일은 바로 이 처형장면을 묘사하고 있는 그림으로 겁에 질려있는 자와 냉정하게 총구를 겨누고 있는 군인들의 모습이 대조적입니다. 배경을 잘 보면 성당에는 불조차 켜져있지 않는데 구원의 불빛이 보이지 않는다는 뜻일까요? 전쟁을 직접 겪으며 인간의 잔혹함을 몸소 느낀 고야가 과연 어떤 심정으로 이 그림을 그렸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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