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필적 고의란?
가끔 뉴스나 드라마 등에서 우리는 미필적 고의라는 말을 듣습니다. 그 의미를 명확하게는 모르지만 문맥상 대강 무슨 뜻인지는 알고 있습니다. 굳이 쉽게 풀어쓰자면 “어느정도 인식하였다”라고 볼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조금 애매합니다. 왜냐하면 고의와 과실의 중간 영역에 위치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범죄에 있어 고의와 과실 여부는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가 상식적으로는 알고 있지만 법률적인 의미와 판단을 내릴때의 고의와 과실 개념은 조금 다릅니다. 미필적 고의가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는 먼저 고의와 과실이 무엇인지 정확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고의의 개념
고의라는 뜻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일부러 그랬다” 정도로 풀어쓸 수 있을 것입니다. 고의가 있냐 없냐에 따라 죄가 되느냐 여부가 달라집니다. 고의가 없으면 죄가 되지 않습니다. 즉 상대방을 협박한다는 고의가 없다면 협박죄가 성립하지 않고, 업무를 방해한다는 고의가 없으면 업무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나 일부 범죄의 경우 고의가 아니더라도 사회적인 비난가능성이 높아 예외적으로 과실범도 처벌하고 있습니다만, 대부분은 고의가 있어야 범죄가 성립합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고의를 무슨 기준으로 판단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고의가 없으면 죄가 되지 않기 때문에 누구나 자기는 고의가 없었다고 발뺌을 하면 처벌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당사자 말로 고의를 판단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결국 고의란 행위자의 행위를 종합해봤을 때 고의가 있었을 것이라고 합리적으로 판단되면 인정되는 것이지, 그 사람의 말에 좌우되는 것은 아닙니다. 즉 본인이 아무리 아니라고 주장해도 정황상 살인의 고의가 있다고 인정된다면 그는 과실치사죄가 아닌 살인죄가 되는 것입니다.
과실의 개념
과실은 쉽게 말해 “실수”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형법은 모든 범죄를 과실범으로 처벌하는 것은 아니고 실수로 했더라도 처벌할 필요가 있는 범죄만을 과실범으로 처벌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실수로 사람을 죽였다면 과실치사죄, 실수로 사람을 다치게 하면 과실치상죄 등이 성립합니다. 조금더 어려운 용어를 사용하면 통상적으로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위반했을 때 과실이 인정됩니다. 실수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주의의무를 게을리했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행위자를 비난할 수 있습니다. (예측할 수 없고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 애초에 실수로 인정하기가 어렵겠지요?) 그리고 과실 정도에 따라 경과실, 중과실로 구분됩니다.
미필적 고의
자, 그럼 미필적 고의란 무엇일까요? 미필적 고의란 자기의 행위로 인해 어떤 결과가 발생할 것이라는 점을 예견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의 발생을 인용한 심리상태를 말합니다. 확정적인 고의를 가진 점과 대비하여 불확정적 고의라고도 합니다. 예를 들어 사람을 몽둥이로 때려 죽인 케이스가 있다고 해봅시다. 살인의 고의를 가지고 했다면 이는 살인죄가 됩니다. 그리고 단지 살인의 고의는 없었고 폭행하려는 의도만 있었더라면 이는 과실치사죄가 됩니다. 그런데 살인하려는 고의는 없었지만 이렇게 몽둥이로 세게 때리면 어쩌면 죽을지도 모른다, 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면 이것이 바로 미필적 고의에 해당하며 살인죄의 적용을 받게 됩니다.
그런데 현실에서 골치아픈점은 이를 어떻게 입증하냐입니다. 명확하게 살인의 고의가 있었는지, 실수인지, 미필적 고의를 가졌는지 결국은 여러 가지 정황을 고려하여 판단하게 되는데 행위자의 내심을 정확하게 판단하는 것은 누구라도 불가능합니다. 그러다보니 종이 한 장 차이로 고의범이 되기도 하고, 과실범이 되기도 합니다. 수많은 사건들은 깊게 들여다보면 다 사연이 다르고, 동일한 기준으로 판단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러다보니 어쩔수 없이 논란도 많이 생깁니다. 그리고 아마도 이 논란은 절대로 없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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